절반으로 나눠진 헌재, 이진숙 탄핵심판…커지는 진영논리 공방

◇ ‘진영논리’ 논란… 정치적 성향에 따른 판단이란 비판 커져
◇ SNS와 정치권에서 재판관 성향 문제로 논란 지속

윤영민 승인 2025.01.26 15:42 | 최종 수정 2025.01.26 20:09 의견 0
< 헌법재판관 4:4로 의견이 나뉘어 기각 판정이 난 이진숙 방통위원장 / SBS >


[서울=윤영민선임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이 4대 4로 팽팽히 갈리면서, 외부에서는 이 결정이 ‘진영논리’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관 8명 중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재판관들은 주로 이 위원장의 파면을 주장한 반면, 중도 및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은 기각 의견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관들의 성향에 따른 의견 분열, 정치적 논란

이재명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정계선 재판관은 이 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과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재판관은 탄핵 소추를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중에서는 중도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정정미 재판관이 파면 의견을, 중도 성향인 김형두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으며, 중도 보수 성향의 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SNS 등에서는 이번 결정이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판단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SNS에서 불거진 재판관 성향 논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재판관들의 성향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22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 문제를 언급하며, "문 대행은 이 대표의 모친상에 상가에 방문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즉각 반박하며, 문 대행이 이 대표 모친상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는 이 대표와의 사법연수원 동기 및 과거 노동법학회 활동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SNS에서는 정치적 성향과 다른 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이들의 이력과 인간관계를 들어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일부 시민뿐 아니라 법조인들까지 동참하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또한, 문형배 권한대행이 2010년 트위터에 중국 관련 책을 올린 사실을 두고 "친중 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친중 인사"의 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법조계 "헌법재판관의 성향을 문제 삼는 비판은 허용 범위 넘어선 것"

법조계에서는 재판관 성향을 문제삼는 비판이 헌정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재판관의 임명 과정에서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성향을 넘어선 비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판관 성향을 두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 비판은 헌정질서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극단적인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 재판관들의 결정에 큰 영향 미칠 것

최근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재판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국가의 중대사를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결정에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고 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두 차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재판관들이 논란을 잠재운 후 선고를 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탄핵소추 기각 결론이 발표된 후 소수의견이 공개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어 탄핵심판에서도 재판관들의 의견이 공개되도록 하였다.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재판관들의 의견은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윤영민 선임기자·부장 / 정치사회부 / e문화뉴스 news@emu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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