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윤영민 선임기자]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가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딥시크 충격'으로 불리는 이 상황은 미국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 주가들이 일제히 급락하는 가운데, 엔비디아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미 동부 시간 28일 오후 2시 10분, 엔비디아 주가는 117.63달러(약 16만9천10원)로 거래되며 전 거래일보다 무려 17.52% 폭락했다. 반면, 브로드컴 주가도 약 19% 하락했으나, 엔비디아의 하락폭은 AMD(-6.88%), 퀄컴(-1.47%), ASML(-7.58%) 등 다른 반도체주들에 비해 더욱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8,800억 달러로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며, 우리 돈으로 약 880조 원이 증발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1위에서 3위로 밀리며, 4위인 아마존(2조4,550억 달러)와의 격차도 급격히 좁혀졌다.
딥시크의 등장에 엔비디아가 더 큰 충격을 받은 이유는,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고급 AI 칩이 이제는 더 이상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2년간 자사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A100과 H100을 통해 AI 열풍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딥시크가 내놓은 AI 모델 'V3'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한 성능을 보이고 있어, AI 개발 기업들이 고가의 엔비디아 칩 대신 딥시크와 같은 저렴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 'V3'의 개발비용은 557만6천 달러(약 78억8천만 원)로, 이는 AI 개발에 수백억 원을 투자하는 빅테크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은 올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대 650억 달러(약 93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AI 모델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칩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800 칩을 사용하면서도 빅테크의 최신 모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와 같은 '저렴한' AI 모델 개발 방식이 확산되면, 엔비디아는 그동안 비싼 최신 AI 칩을 통해 올렸던 막대한 매출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글로벌 투자 연구기관 야르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르데니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이 딥시크로부터 더 저렴한 GPU로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이는 엔비디아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딥시크의 등장은 AI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와 같은 기존 AI 칩 시장의 선두주자들에게 큰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윤영민 선임기자·부장 / 정치사회부 / e문화뉴스 news@emu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