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윤영민 선임기자] 지난해 2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인의 휴대전화에서는 동료들로부터 받은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매일신문은 전했다.
1996년생인 고인은 2022년 9월 15일 새벽,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오요안나는 2021년 5월 MBC 기상캐스터로 입사한 뒤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동료들은 오보의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하거나 "가르쳐야 한다"며 퇴근 후에도 회사로 불러들이는 등 부당한 행위를 반복했다. 심지어 퇴근 자체를 막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고인은 생전 동료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MBC 관계자들에게 알렸으나, 회사는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유서에는 동료들이 카카오톡 메시지와 음성 파일을 통해 고인의 실력을 반복적으로 지적했던 내용도 언급되어 있다. 특히 2022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 출연 섭외를 받았을 당시, 한 동료가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한 사실도 밝혀졌다.
고인은 유서에 "사는 게 너무 피곤하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마음껏 사랑만 할 수 없는 게 싫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또한, "내 장례식은 야외에서 파티처럼 해 달라. 드레스나 예쁜 옷을 입고 와서 핑거푸드를 먹으며 웃으며 보내달라"고 부탁하며 마지막까지 남을 배려한 마음을 보였다. 고인은 자신의 유해를 바다에 뿌려달라는 요청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번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조직 내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영민 선임기자·부장 / 정치사회부 / e문화뉴스 news@emunwha.com